13 April 2007

세상 참 좁더라

어제 물어물어 찾아간 컨퍼런스 홀에서 튀니지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현재 야스쿠니 신사 옆에 있는 도쿄 대사관에서 근무를
한댄다. 네 여자 친구는? (전에 알제리에서 온 친구랑 누가 봐도
커플처럼 지냈었거든.) 손사래를 치면서 그 친구는 그냥
베스트 프렌드 중에 하나였단다. 알제리는 바로 튀니지 옆에
있기도 해서 더 그랬다는데 뭐 나야 할 말 없지.
원래 약혼자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알제리 친구도
현재 도쿄 알제리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단다.

오늘 코스타리카 친구한테서 메일을 받았는데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친구도 다들 지금 도쿄에 있단다. 살짝 보고 싶은 칠레
친구만 현재 산티아고에 있고. 늘 칠레상, 칠레상, 이렇게 불러서
이름도 잘 생각 안난다. 진짜 뭐였지? 다들 이름이 복잡해서
아르헨티나상, 온두라스상, 이랬었거든. 어쨌거나 조만간 동창회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코스트리카상은 지금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만 끝나면 일본에 와서 공부하고 싶단다. 열심히
스페인어 공부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데 쩝이다. 한국어도 다 까먹을
지경인데.

며칠 전 메신저에서 만난 친구한테 "일찍 죽는 걸 뭐라고 그러지."
이걸 물어봤었다. 요절.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12 April 2007

심포지엄에서 절대 금지사항 둘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심포지엄 진행이야 이나라나 저나라나 다들 비슷비슷하겠지만
주제가 에티오피아 세계문화유산에 관한 것이라서
전철을 한시간이나 타고 행사가 진행되는 도쿄건축회관대회의장이라는
데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사람이 얼마나 올까 했는데 에티오피아 관련 연구자들만 100여명이
넘었다. 놀랍다. 우리나라는 에티오피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일 텐데. 그 중엔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릭어를
유창하게 하는 일본인들도 많았다. 내가 죽는 소리하며 엄살 떨고 있을 때
저들은 저만치서 저 좋아하는 테마를 찾아 죽자사자 연구하고 있었다.
반성할 일이다.

발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의자에 죽치고 앉아 하루 종일
(리셉션까지 무려 12시간) 있다 보니 심포지엄에서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알게 됐다.

1. 말재주가 없는 사람에게 점심 시간 후에 바로 발표를 맡기지 말 것.
2.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절대로 클로징 멘트를 할 기회를 주지 말 것.

발표회장에서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이런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10 April 2007

한시름 놓다


방콕에 다녀와서 계속 이 블로그가 안 열려 랍쇼가 닫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 한국에서는 열렸지?

일주일간 혼자 숨막히는 전쟁을 치르고 오늘 한숨 돌리고 있다. 일주일 동안 자료를 책으로 묶어도 될 만큼 받았다. 요즘은 거기에 또 첨부하라는 자료들을 꾸며 계속 내라는 날짜까지 내고 있다. 내게 2007년 4월은 정말 잔인하다.

이렇게 복잡해서 다들 유학원을 통해 유학을 오나 보다. 과정이 끝나고 나면 나도 유학원을 차려도 될 듯. 유학원은 아니더라도 각종 신청의 전문가가 될 것 같다. 일본은 뭔가를 경쟁해서 신청하는 문화인지 하다못해 수강신청도 취직할 때 자기소개서 쓰듯이 내가 이걸 왜 꼭 수강해야 되는지 주저리주저리 써서 내야한다. 이 학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주말은 내 생애 가장 바빴다. 일주일에 이틀을 쉰다는 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죽는 소리를 해도 난 아직까지 앞으로 가고 있다. 시인인 친구가 "전의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살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도 그러고 싶다. 외수샘은 "제발 아프지 마라"라고 정이 뚝뚝 묻어나는 메일을 보내셨다.

지난 주말 만개를 한 사쿠라는 어젯밤 폭우에 꽃들이 많이 졌다. 사쿠라가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