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March 2007

도쿄 생활 1주일째

시간 참 금방 간다. 별로 한 것도 없이 말이다.
날씨는 좀 풀린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목에 둘둘 감고 다니는
목도리가 그리 어색하지않다.

그 사이 게스트하우스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고바야시, 요시에, 요시에 친구(이름을 까먹었다.), 카오리, 데이비드.

고바야시는 아주 잘 생긴 일본 남자다. 일본어를 잘한다는 칭찬에
아무 것도 못 물어봤다. 속물 같으니라고...요시에는 큐슈에서
왔는데 친구 셋이랑 함께 이곳 게스트하우스에 산다.
다들 대학교 3학년인데 10월 학기 전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직장을
찾을 거란다. 일본 대학 시스템이란게 3학년까지 공부를 쎄게
하고 4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직장을 찾고, 졸업을 하면
바로 거기 가서 일을 한단다. 도쿄에 있는 애들은 공부하면서
직장을 찾을 수 있지만 지방에 있는 애들은 이렇게 방을 잡아
돈을 써가면서 취직준비를 해야 한단다.

그래도 이런 게스트하우스가 최근에 많이 생겨서 예전에는 이곳에
여행자들이 주로 묵었는데 요즘엔 혼자 생활하는 일본인들이
많이 묵는단다. 가구가 다 완비되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만난 애들도 거의가 일본인들이다. 나한테는 국적이 별로
상관없는 일이지만...

요시에와 친구들은 오늘 아사쿠사에 다녀온단다. 언제 시간내서
같이 도쿄 구경을 하잔다. 돈 없으니까 걸어 여행할 계획있으면
그때 포함시켜 달라고 했더니 자기들도 꼭 그러겠단다.
고향이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 근처인데 동네가 하도 쬐그만해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마을을 한번 바꿔보기로 마음 먹고
최근에 그런 운동을 하고 있단다. 지금 같이 머무는 3명도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고 동네에 가면 한 50명 정도의 멤버가
더 있단다. 칭찬을 마구 해주며 언제 내가 놀러 갈 거니까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그랬다. 내가 일본 마츠리에 아주 지대하게
관심이 있다고 했더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작년에 젊은 친구들이
동네를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일본 저 남쪽에
있는 오키나와에 다녀왔었는데 그 친구들 이야기도 곁들여줬다.
아, 그러냐고. 그래서 관심있으면 내가 서로 연결시켜주겠다고
그랬다. 아, 그리고 내가 무려 넉달이 넘게 여관살이를 했던
강원도 산골짜기 '화천'의 전설같은 이야기도 들려줬다.
꼭 가보고 싶단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이런 건전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뭘까 좀 고민도 할 생각이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사쿠사 다녀오면서 선물 사올 거니까
기대하란다. 음...뭘까나.

카오리는 얼마 전까지 여행사에서 여행 컨설턴트로 일했는데
장래를 생각해서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단다.
그래, 이번엔 무슨 일을 할 생각인데, 했더니 평생 여행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단다. 그래서 즉석에서 내가 잡 컨설팅을
해줬다. 어찌나 대만족하던지. 일본어 가르치는 데 관심이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 코이카(국제협력단)의 모델인
자이카(국제협력기구)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일본국제교류기금에 대해서도. 또 내가 알고 있는
해외사무소가 있는 국제교류기관에 대한
정보도 알려줬다. 당장 찾아 보겠단다.
우리나라도 한국어가르치는 능력 있으면 전세계 다니면서
한국어교사로 살 수 있듯이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
시스템이 더 잘 마련되어 있다. 일본어 가르치는 능력만 있다면.
나만 일방적으로 카오리한테 도움을 준 건 아니다.
다음 주에 갑자기 태국의 방콕에 가게 되었는데
할인항공권을 취급하는 사이트를 소개시켜 주었다.
다른 사이트보다 훨씬 쌌다. 대신에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는
못하고 전화를 해야 한다. http://www.tour.ne.jp/
그리고 방콕 여행에 대한 팁도 많이 얻었다.
이래서 교류가 필요하다니까.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지금까지 만난 유일한 벽안의 친구가
데이비드다. 호주에서 왔는데 생긴 건 북유럽에서 온
사람 분위기다. 키도 거의 2미터에 육박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대뜸, '안녕', '죽을래' 이러는 거 아닌가.
뜻 아냐고 했더니 'do you want to die?' 아니냐며
뭘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이다. 한국친구가 친한 사람들한테
쓴다고 가르쳐줬단다. 꽤씸한 한국 친구 같으니라고.

저녁을 대충 챙겨먹고 나오는데 현관으로 작은 트럭
한차 분량의 짐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좀 살던 사람인지
아니면 새로 이사를 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 정보없이 왔나, 싶었다. 이 게스트하우스 구조에
저 정도 짐이면 거의 이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에 왔는데 내 방 앞이 아주 부산 스럽다.
나가 봤더니 새로 이사오는 아가씨가 내 옆 방에
살게됐나 보다. 몇년짜리 짐인지 모르겠지만 아, 나도 저러는거
아닌지, 미리미리 조심해야지.

4 comments:

Unknown said...

글도 재밌지만...사진이 있었음 더 재밌겠다...

Anonymous said...

역시 일본에서도 씩씩하게 잘 살고 있네. 나도 파주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
랍쇼도 여기서 보니까 반갑네^^

puandma said...

To. 랍쇼
글이 재미있기는. 은진이한테 그랬다며, 자주 가서 답글도 달아주라고. 아무튼 이런 메모장 만들어줘서 고마워.

사진은 당분간은 기대하지마. 디카 협찬 받을 때까지는 텍스트 서비스만 할 거야.

puandma said...

To.수안스님(합장하며...)

수안을 여기서 보니 반갑네. 새로운 절에서는 적응을 잘 하고 있는지...포교 열심히 해서 5년 내에 꼭 장학재단 만들어. 알았지?

나, 윤희 메일 주소 까먹었는데 메일 주소좀 알려줘. 본의 아니게 계속 윤희를 따시키게 되네.

그리고 절에서 하는 재미있는 행사 있으면 여기에도 올려줘. 랍쇼가 아마 글 쓸 수 있게 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