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라는 게 자꾸 한다고 확실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쯤에서
접어야지, 그러고 있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본인이 직접와서 수속을 다
해야 한다고. 최악의 경우 학교를 포기한다, 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락을
받자마자 이게 아니지, 하고 비행기표 먼저 끊었다. 그리고 눈알이 빠져라
찾던 방 주인에게 비워놔라, 내가 곧 가니, 라는 연락을 해놨다. 맘에
들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나니까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오히려 더 개운해
지는 거 아닌가. 문제는 이거였네. 사실 문제가 이거였지. 안 갈지도 몰라,
였었는데 이제 확실히 간다. 14일 오후 7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내 사랑하는 친구들을 이날 다 만나기로 했다. 짐싸놓고 파주의 헤이리도
가고 수안이 터를 잡게되는 절에도 갈 계획이다. 약산사라고 했던가,
아니다, 낙산사라고 했던가. 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제 거기 가면 수안이
있다. 화천에 가면 랍쇼가 있는 것처럼.
방이 쉽게 안구해지고 막막해서 왜 이제는 내 편이 아니냐고 그랬는데,
신은 그냥 언제나 내 편인 것 같다. 방 구하면서 도쿄의 왠만한 지하철
노선을 다 알게됐다. 집중력이 좋은 편이라 한번 꽂히면 디리 파는 게
내 '벽'인데 그 덕에 이제 두리번거리지않고 도쿄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일본에 가면 공부만 해야지 했었는데 그건 또 안될 것 같다. 그래서
몇 군데 메일을 날렸더니 일본에 오면 바로 연락을 하라고 한다. 학기 시작
전에 일을 시작할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 내가 누구한테 나를 의지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아주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그냥 나를 믿고 살 팔자다.
내가 나를 친구삼아 그렇게 잘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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