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March 2007

음식 문화 들여다보기

음식 문화라고 하니까 좀 거창하게 들리는데 먹는 것에도 문화가
반영된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중국에서도 이런 게스트하우스 생활을 거의 1년 정도 했었다.
그때는 노란 머리, 벽안의 친구들이 죄다 중국어를 했지만
여기서 만난 애들은 죄다 일본어를 사용한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부엌에서 만나면 이것저것 만들어 내는데
다들 폼은 유명 요리사 같다. 지지고 볶고 난 후에 가져 오는 건
달랑 한접시의 요리 뿐이지만 과정은 다 그렇다.

중국 남자들은 직업이 요리사 아닌 사람들도 요리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 이미 남녀구별이 우리처럼 유별하지 않아 부엌에 들어가는
남자가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 요리를, 그것도 아주 잘하는 중국
남자들을 심심치않게 봤었다. 그때 걔네들의 요리 대부분은
튀기고 볶는 게 다였다. 뭘 해도 기름을 입혀야 요리가 된다.
날씨 탓이겠지만 날로 된 요리를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바다가
가까운 대련에서도 해산물은 날로가 아니라 샤브샤브처럼 뜨거운
물에 한번 담가 먹었던 것 같다. 볶는 요리들은 먹고 남아 이것저것
합해 다시 볶으면 새로운 요리가 탄생한다. 식당에서 음식이
남으면 너나 없이 싸가는데 집에 와서는 한꺼번에 볶아 또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름까지 새로 지어가면서...

여기서 만난 남자애들도 요리가 선수급이다. 특히 어제 만난
두 친구들은 완전 감동이었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생선 손질이
기가 막히다. 오징어 손질도 슥슥, 가리비 손질도 슥슥,
재료가 정리되면 요리도 척척이다. 정리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음식 잘하는 남자가 좋은데 갈등이다. 이 두나라 사람들 중에
하나를 고르라 하면.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돈주고 사먹으면
되지 뭘 고민하냐고 한다. 그런가?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에 '레인보우'라는 한국식당이
하나 있다. 아디스 아바바에 중국 식당은 꽤 되는데 일본 식당은 한 군데도
없고, 레인보우에 가면 몇 가지의 일본 음식을 구경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이곳에 가면 일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어느 날 약속이
있어 이곳에 갔다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음식을 시키게 됐다.
이것저것 시키고 있는데 옆자리의 외국인들이 자기들도 도와달랜다.
나름대로 음식을 설명하며 메뉴 선정을 권하는데 뜻밖에 왜
젓가락이 쇠로 만들어졌냐고 묻는 게 아닌가. 자기네들이 중국도,
일본도, 베트남도 가봤는데 젓가락이 다 (대)나무였다는 것이다.
맞은 편에 있는 일본인도 거든다. 자기네들은 쇠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데 너네 건 왜 쇠로 만들어졌고, 게다가 무겁기까지 하냐는 거 아닌가.

음...문득 머리를 굴렸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다. 다른 나라 음식들은
마른 게 대부분인데 봐라, 한국 음식들은 국물이 많지 않으냐.
그런 이유로 우린 숟가락이 발달되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생각해보니까 그럴 듯하긴 한데 정답은 지금도 모른다. 일본 음식도
중국 음식도 우리 것에 비하면 그리 축축하지 않다. 우린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 먹지만 다른 나라들은 후루룩 마셔 버린다. 일본에서는
오카유라고 하는 죽도 젓가락으로 훌훌 넘긴다. 우린 그러고 있으면
복 달아난다고 옆에 있는 어르신한테 머리통을 맞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먹는 것 먹는 도구에 그 나라의 문화가 반영된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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