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첫날은 정말 테러블한 하루였어요.
무뚝뚝한 아빠가 이번에 짐을 다 싸주셨어요.
한번도 그런 적 없었거든요. 어딜 가도 짐은 제가 쌌죠.
택배로 보내는 짐도 책크기 쫙맞춰서 정말 빈틈없이 싸시더니
가져갈 가방도 크기는 작아보이는데 거기에 무려
33킬로그램을 넣으셨어요. 결국 공항에서 3킬로그램를 덜어내고 부쳤죠.
유학생이라서 10킬로그램 오버한 건 봐준다고 해서요.
그리고 하네다에 도착했어요. 여기까지는 좋았죠.
도쿄의 용화장 주인은 일본 사람이라서 그런지 공항에는
나오지 않았어요. 짐 나오는 시간이 지루해 전화를 했더니
어디어디로 찾아오라고 하더라고요. 알았다고는 했지만
좀 막막했죠. 원래 메일로는 공항에 나온다고 해서 철썩같이
믿고 짐을 쌌거든요.그래도 어떻게 해요. 30킬로그램이나 되는 짐을 끌고
마구 헤매며 계약할 사무실에 도착했죠.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도쿄의 지하철에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장애자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처사에 대해서도요. 지하 2층,
지상까지 다시 2층, 이짓을 역마다 몇 번 했더니 결국
가방의 바퀴가 아작이 나서 사무실에 도착했을때는 더이상
끌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변해버렸어요. 제 몸에 30킬로그램을
질질 끌고 다닌 생각을 하면...어쩜 사람들이 하나도 안 도와주는지요.
아빠가 내려서 어떻게 할 거냐고 그러셔서,
"조토, 스미마셍...."이럴 거라고 했는데 택도 없더라고요.
사무실 직원은 정말 친절했어요. 어제 하루를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서비스하겠다고 하더군요. 3월만 계산하는지,
3월, 4월을 다 계산하는지 맘을 못 정해 계약서를 다시 쓰는데도
불평없이 잘 해주더라고요. 돈을 받는 입장이라서 그런거겠지만요.
게스트하우스까지는 그 근처에 집이 있는 여직원이 태워다줬어요.
그래도 다행이죠. 바퀴도 없는 가방을 끌고 갈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했었거든요. 그 여직원은 취직하기 전에 방콕에서 10개월
연수를 했다면서 제 신세를 이해한다고 하더라고요.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도착한 게스트하우스.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긴 한데 이상하게 정이 안들더라고요.
주변에 편의시설이 전혀 없어요. 공중전화도 당연히 없고요.
역이 가깝다고 해서 방을 정했는데 이거 역까지 길도 꼬불꼬불,
골목을 한참을 돌아야 하는데 나참원.
커텐을 달고, 이불보를 씌우고 비로소 유학생활이 시작되는구나,
실감이 나더라고요. 방에는 달랑 침대 하나, 미니냉장고
하나뿐이었는데 짐들을 풀어놓으니 어느새 꽉 차버리네요.
노트북 랜케이블이 없어 어제는 인터넷을
못하고 오늘 학교 갔다 오면서 사왔어요. 그 덕분에 지금
인터넷을 쓰고 있어요. 방에서 인터넷이 되는 건 맘에 들어요.
학교에서 수속은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아주 복잡하더라고요.
일본에 사는 사람으로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는데 그게 형식적인
게 아니라 만일 제가 수업료 같은 걸 못 내면 그 사람이 내야
한대요. 좀 웃기죠.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에도 관공서에 있는 좀 복잡한 시스템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죄다 일제 잔재더라고요. 인감 만들고, 서류에 한자 많이 들어가고,
하나로 증명되는 데도 여러개 떼야 하고. 그런 'x같은' 시스템의
본산인 곳에 왔으니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어쨌거나 도쿄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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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고생하쇼. 배워서 남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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